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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만화 '땡땡'이라는 작품보다는 작가 에르제에 초점이 맞추어진 전시였다. 어떻게 '땡땡'을 만들어나갔는지, 그리고 그가 다루었던 현대미술 분야나 광고이미지 작업 등 '에르제'라는 아티스트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여러모로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전시가 될 것 같아 추천해주고 싶다.

 



"2000년대엔 만화 위상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만화를 향한 편견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에르제의 말이 기록되어 있다. 1969년에 한 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만화는 어린이들이 보는 것, 오락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시간이 지나 웹툰이 활성화되면서 만화를 즐기는 연령대가 넓어졌지만, 만화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고 하기엔 아직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대중들의 인식이기도 하지만 미술계의 인식일지도 모르겠다. 이 전시를 보기 전까지 나는 에르제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땡땡' 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은 있었지만 이 만화를 알진 못했다. 땡땡을 접할 기회가 나에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시를 보면서 에르제에 대해 왜 몰랐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에르제가 만화, 미술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만화를 제작하는 방법을 선도했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컨텐츠를 만들어냈으며 시대상을 만화에 반영하기도 했고 중국인 친구의 영향으로 동양의 모습을 서양에 소개하기도 했다. 만화가 아닌 분야에서도 많은 활동을 했었다. 그만의 창의성을 담아 광고 디자인을 하고 개인적으로 수집한 작품들도 많았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유명한 작가들이 에르제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땡땡을 오마주한 작품을 만들만큼 그의 영향력이 컸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현대미술사에서 꼭 다루어졌어야 하는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주된 작품이 만화여서일지, 아니면 만화가 학문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아서일지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미술교육학을 배울 때 만화도, 에르제도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었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땡땡의모험 시리즈

 

캐릭터의 힘, 컨텐츠의 파급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는 콜라보되지 않은 분야를 찾기 어려울 만큼 인기가 많고, 핑크퐁 아기상어송은 빌보드 랭킹에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100여년 전 요즘처럼 대중화된 매체 없이 종이책으로 컨텐츠가 전달되던 때에 유럽 가정의 과반수 이상이 책을 소유하게 한 에르제의 '땡땡'은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르제가 어떻게 땡땡을 제작했는지를 알게 되면서 그의 작품이 널리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전시를 보러 갔던 날 일정상 제3전시실에 오래 있지 못해서 아쉬웠다. 조만간 예당에 다시 가서 제3전시실에서 땡땡 시리즈를 꼭 읽고싶다.

 

제 3전시실에 있던 책. 3전시실은 티켓 없어도 들어갈 수 있도록 오픈되어있다



난 어릴 때 TV 만화영화는 즐겨 봤어도 만화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었다. 만화보다 줄글이 더 읽기 편했고, 만화가 다루는 컨텐츠에 흥미가 없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도 만화에 대한 편견이 없진 않았던 것 같다. 요즘도 개인적으로 웹툰을 즐기는 어른은 아니라 만화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 전시가 만화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 정말 좋았다.

어린 아이들에게 특히 좋을 것 같았던 곳
스케치와 실제 만화


만화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만화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이라면 더더욱 이 전시를 추천해주고 싶다. 어린이도슨트도 있던데, 이 기회에 전시장과 미술관을 찾는 아이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생각나는 꼬마들이 있는데 꼭 추천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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